[ 궁예의 몸부림과 목사의 몸부림 ] - 2000,12,8 강만호
* 닮았다 - 아니 같다 - 아니 아니 정말 똑 같다 - 그러치 않아여 *
연화 : 금강산에서 온 설부라는 도인이 폐하를 살리셨사옵니다.그 도인을 찾아 후한 상급이라도 내려야 할 것으로 아옵니다.
궁예 : 그자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소이다. 그냥 놓아두시구료. 진정으로 도를 아는 자들은 속세의 상급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법이외다.
연화 : 하지만.......
궁예 : 그것보다도 이보시오, 황후.
연화 : 예, 폐하.
궁예 : 내가 만약에 죽었더라면, 황후는 어찌하려고 했소?
연화 : .....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궁예 : 허허, 그냥 해본 소리오. (한숨을 지으며) 나는 말이오. 지난 번 내원 에게도 이야기를 하였소이다만 한참 동안 저승을 헤매고 다녀온 사람이오.죽었다가 깨어나 보니, 정말로 세상이 달리 보입디다.
연화 : 어떻게....... 말이옵니까?
궁예 : 모두가 사악한 것들 투성이오.나는 저들에게 많은 것을 주었는데, 저들은 그것을 잊고 있어요. 나는 은혜로써 저들을 대했는데, 저들은 악으로써 나를 대하더라 이 말이오.
연화 : .........?
궁예 : 나는 저 끝없는 북방의 대륙의 제국을 꿈꾸고 있는데,이 소인배들은 작은 땅덩어리 안에서 서로 헐뜯고 자신들의 밥그릇만 찾을 생각을 하더라이 말이오. 무슨 말씀이신지 아시오이까?
연화 : 이해가..... 갈 것 같사옵니다.
궁예 : 이래가지고는 아무 것도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소이다.나는 뼈저리게 느꼈소이다. 그리고, 너무도 무섭고 공포스럽다는 것을 알았소이다.
연화 : 무엇이 말이옵니까, 폐하?
궁예 : 죽음 말이오, 죽음을 경험하고 보니 세상이 너무 짧고 허망하다는 것을 느꼈소이다.이 세상에 나왔으면, 그 허망함을 깨고 진정한 삶 의 이유를 찾아야 하는 것이 인간이오.나는 그것을 이루고자 몸부림치는데 저들이 따르지를 않고 있어요. 이제 그것을 보여주려하오.
연화 : 어떻게 말이옵니까?
궁예 : 세월이 가게 되면서 아시게 될 것이오. 사람들은 금방 나의 뜻을 알고 따르게 될 것이오. 길은 그것 밖에 없어... 그것 밖에...
연화 : .........?
(중략)
궁예 : 나는 미륵이다. 나의 관심법으로 보면, 누구도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하지 못하느니.자, 내가 입정에 들 터이니 대답할 준비를 하거라. 내가 너희들 마음을 곧 보겠노라.
(중략)
해설 : 철원환도. 궁예가 나라 이름을 마진으로 바꾸고 연호를 무태라고 한 지 일년 만인 서기 905년, 단기로는 3238년인 그 해 7월, 궁예는 드디어 철원의 축성을 끝내고 거국적인 환도 길에 올랐다. 그리고, 이후, 숨어 있던 그의 야심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의 야심..... 그랬다. 그것은 야심이 아니라, 삼한의 통일과 대륙의 꿈을 향한 궁예의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때부터 궁예의 폭정이 기록에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 KBS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 76회 대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