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생생한 병상 일기- 어떤 성도님의 글
[일반] 생생한 병상 일기- 어떤 성도님의 글
이름 : 이근호(IP:220.81.176.160)
11일 일
작년 10월에
태어나서 처음 겪었던 특이한 복통이
일요일 새벽부터 다시 시작했다.
걸을 때도,
숨을 크게 쉴 때도
통증이 왔다.
몇 차례 재발해서 겪었던
게실염 증상 그대로
오른쪽 복통이었다..
월요일부터 수업도 겨우 했지만,
학년말이라 학교생활기록부는 담임이
아니면 기록하기 어렵기 때문에 종합의견까지 적느라
이틀을 더 학교를 왔다.
아무래도 병원을 가면 입원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집에 연락을 하고
급한 학년말 일이 끝난 화요일 오후에는
오전 수업을 마치고 조퇴를 냈다.
집에서 그나마 가까운 침례병원으로 향했다.
소화기 내과에 등록을 하고
작년 10월에 좋은강안병원에서 찍었던 CT를
내과 과장에게 보였더니 게실염이 3번이상 재발하면
수술하는게 좋겠다고 한다.
벌써 재발을 4번은 했던 거 같다.
일단, 입원을 하고
금식이 시작되었다.
밖에는 비가 꽤 많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난 비오는 날이 좋았는데
오늘은 좀 우울한 날이다.
금식이라서 더 그런 거 같다..
X 레이를 찍고, 피검사를 하고...
맨살이 바늘에 찔리는 짧은 통증은
아무리 여러번 당해도
쉽사리 적응이 안된다.
복통은 좀 처럼 가라앉지를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 수술하면 다 끝나지 싶다.
12시 이후부터는 물도 못 먹었다.
배가 몹시 고프다.
5만원이 넘는 영양제를 맞고 있어도
맛은 전혀 없고
배고픈 고통은 여전하였다.
14일 수
금식은 계속 되었다.
영양제를 맞아도 배고픔은
왜 계속 느껴질까..ㅠ
아침 일찍 CT를 찍고 오후 쯤 결과가 나왔다.
CT상으로는 맹장천공과
게실염으로 인한 출혈이 구분이
안된다고 한다.
이렇게 구멍이 났는데..??
회진 온 내과 과장 말로는 그 동안
어떻게 살아있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구멍이 나긴 났는데..뭔가 다른 거에 의해
막혀 있어서 복막염으로 진행되지는 않았다고
정말 다행한 일이라고 말한다.
내일 수술을 하는 것으로
일정이 잡히는 거 같았다..
4리터나 되는 장세척약을
새벽1시부터 오전까지 계속 먹었다.
먹기 싫은 바닷물 같은 그 맛 없는 물을 연거푸 먹어 댔다.
화장실에 가면 소변 나오듯이 뒤로는 물만 흘러 나왔다.
밤새 그 약을 먹는 동안 잠도 거의 못 잤다.
이래 저래 정말 싫은 고통스런 시간들이었다.
그래도 수술만 하면 다 끝날 거다 싶었다.
이를 악물고 눈 딱 감고 마셔댔다.
15일 목
오늘 수술을 한단다.
아침에 머리를 감고 면도를 하고 좀 씻었다.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병실에서 기다렸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초조했다..
오후 1시 30분경에 녹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왔다.
난생 처음으로 복부에 칼을 대는 수술을 한다고 하니
아찔한 느낌도 들었다.
그래도 마취를 하면 아무것도 모를테니..
드라마에서나 보던 일에 내게 일어났다..
바퀴달린 병상에 누워서 사람들에 의해 수술실로 이동되어 갔다.
온갖 수술 장비들로 둘러 싸여지고,
삐삐 거리는 전자장비들의 소리도 들린다.
한 사람이 내 입에 마스크를 들이대고 숨을 쉬라고 한다...
이제 잠드나 보다..
음.......
....
아파.. 너무 아파..
의식이 돌아왔을 때는 너무 고통스러웠다.
무통도 진통제도 별 효과가 없는 듯 했다.
뭐가 이토록 고통스러운지..
엉엉 울었다.
(나중에 이 일 때문에
엄살 심하다고 계속 핀잔 들었다)
맹장과 게실부분과 함께 오른쪽 대장 10 cm 정도를
짤라 냈다고 한다.
내 몸에 주렁주렁 수액이랑
항생제랑 무통약, 영양제등이 달렸고
옆구리에도 잔혈을 뽑아내는 주머니가 대롱 대롱 달렸다.
소변줄을 뽑고 나니
소변을 보기가 너무 힘들었다.
밤새 혼자 소변을 보려고 애를 썼으나 소용이 없었다.
복통은 더 심하고 견딜 수가 없어서 결국은 호스를 통해
소변을 받아 냈다..
이러면 안된다. 혼자 소변을 봐야한다 싶어서..
밤에 혼자 일어나 몇 번이고 통에다 대고 소변을 보려고
애를 썼다.. 새벽이 어스름하게 밝아올 무렵
요도가 타는 듯한 고통 중에 겨우 약간의 소변을 봤다.
시원스럽지는 않았지만.. 다행이었다.
고통을 받아들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
16일 금
소변을 보고 난 아침은 그나마
견딜만했다..
심호흡을 하고...아직 가스가 나오지 않아서
물도 먹지 못하고, 간간히 병실 복도를 오가면서
걷기 운동은 하고 있지만 어지럽고 힘겹다.
난생 처음 이런 수술도 처음이거니와
이런 갖은 종류의 고통들도 처음이었다.
배고픔의 고통....
(아 따뜻한 칼국수가 먹고 싶다 ㅠ)
먹기싫은 것을 4리터나 마시며
계속 화장실을 가야했던 고통
소변보는 고통..
끝없이 이어지는 복통..
입이 빠짝 마르며
목마름의 고통..
잠을 못자는 고통..
수술 후 의식이 돌아왔을 때
거의 무의식 중에도
너무나 아팠다..
아파..
아파..
목사님이
다녀가셨다는데
내가 대답도 했다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우리 아이들도
다녀갔다는데도
기억에 없다..ㅠ
이렇게 이번 설명절은
시작되었다.
모두들
잠든 시간
어쩌면 모두들 설 명절 모여서
즐거운 웃음꽃 피우며 이야기 나눌
늦은 시간...
이제는 그나마 살 거 같아서
병원 복도 끝에 있는 컴퓨터 자판 두드리며
고통 스러웠던 시간들을 다시 돌이켜 본다..
이러한 고통들이 무의미한 시간이지만은
않았을 것이란 생각과 함께...
그리고 배에는
세로로 긴 흉터가 하나 남았지만
내게는 그 이상은 의미가 남는
고통의 시간들이었던 거 같다.
18일
오늘로서
금식 6일째..
병원식이 들어와도
내 이름은 아직 부르지 않는다.
물도 아직 한 방울도 먹지 못하고
또 영양제 처방이 떨어졌다.
내 몸은
주렁주렁 달려 있는
온갖 종류의 수액들로 지탱되고
코에는 며칠째 역겨운 약냄새들로 가득하다.
아직도 소변 보는 일은
고통 스럽다. 퇴원할 때 쓰는 설문지에는
이 문제를 꼭 집어서 쓰고 싶다.
수술 시에 연결한 소변줄의 후유증이
너무 오래 간다고..ㅋ
건강한 것은 너무 감사한 일이다.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우리는 잊고 산다.
통증없이 소변을 볼 수 있다는 건
또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그것도 잊고 산다.
자기 몸에 아무 것도 주렁 주렁
매달지 않고 혼자 힘으로 여기 저기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그것도 쉬 잊고 사는 것이 사람이다.
하나씩 하나씩 잃고 나면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그때야 절실하게 깨닫게 되는 것이
미련한 인간인가 보다.
하지만 실제로 겪어보지 않고는
실제로 알 수 없는 것이 또한 고통의 깊이인 것 같다.
아내는 출산의 고통이 가장 크다고
지금도 우기고 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금 내가 겪는 고통이 출산의 고통에
가깝다면 내가 그 동안 참 무심했다고..
아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출산 후에 초죽음이 되어 누워있는
아내의 얼굴을 볼 때 느꼈던 깊은 연민도
내가 이런 지독한 고통을 겪어 보고야
새삼 그것이 얼마나 컸을까 짐작이 가는 것이다.
그래서 세 번씩이나 그러한 고통을 겪은
아내가 .. 그래도 나만큼 아프다고
요란 떨지 않은 아내가 참 대견하고
미안하고 고마운 것이다.
사람은
지금 현재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얼마든지 감사하고 살 일이다.
건강할 때에..
숨쉴 수 있고,
먹을 수 있고,
소변을 시원하게 볼 수 있을 때
그러한 작은 것에도
감사하다는 마음을 갖고 살 때
다른 모든 일들도 쉽게 풀리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유정현
07-02-23 10:45
하나씩 하나씩 잃고 나면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그때야 절실하게 깨닫게 되는 것이 미련한 인간인가 보다.....그렇습니다....'잃음'의 고통을 아는자 만이 감사할 수 있는것 같습니다...나의 '잃음'은 주님의 '잃음'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말입니다....그저 감사할 것 밖에 없는 것이 인생인것 같습니다....만물이 주에게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가니 말입니다....
이근호
07-02-23 10:49
'자아'는 내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것입니다. 주님이 조정하시는데 매일같이 우리는 우리 자신이 자아를 조정한다고 착각하는 것 가운데 살아가고 있습니다.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아프든지, 낫든지) 다 주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 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