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의 허상
신학의 허상
인간은 눈에 뜨이는, 손에 잡히는 무엇이든지 신비화하고 거기에다 의미와 가치를 집어넣는다. 신학도 바로 이런 정신 자세에서 출발한다. 하나님은 성도에게 신학 하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그 안에 거하며 영화롭게 하라고 하셨다. 구원받는데 신학이 하등 필요 없다는 말이다. 물론 신학 뿐 아니라 그 어떤 것도 구원받는데 필수 조건이 되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 그 많은 학문들 중에서 유독 신학만이 구원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행세하기 때문에 여기에 주의가 요한다. 신학이란 인간에게서 나온 것이다. 신학이란 곧 신비학과 마찬가지이다. 이성으로 납득이 안되고 납득이 되려고 애쓰는 것조차 거부하는 학문이 신학이다. 신학이란 그저 성경에 나와 있는 내용을 논리적으로 정리하여 체계를 세워 놓은 것이다. 왜 체계를 세우는가? 이유는 없다. 그저 인간들의 본성 때문이다. 즉 사람들은 뭔가 새로운 세계나 영역에 들어가게 되면 새로움에 대한 나름대로의 이성이 날카롭고 작동한다. 그 안에서 구조를 파악하려고 하고 그 구조에 따라 전체의 윤곽을 잡으려 한다. 그렇게 해서 신비 탐험에 나서는 것이다. 신비에 대한 정복욕이며 신비에 대한 도전이다. 신비의 동굴 속에서 인간들이 믿는 것은 신도 아니요 주님도 아니다. 그런 분들은 늘 모호하게 신비에 둘러 싸여 있어 일정한 골을 사이에 두고 인간들의 영원한 표적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인간들이 단지 믿는 것은, 처음부터 전제로 잡고 출발한 맨 처음의 이성적 직관과 느낌을 계속 이어줄 논리적인 연결 고리 뿐이다. 중간 중간에 그 연결 고리가 제대로 되었는지 점검해 나가면서 자기 작업을 지속한다. 그러니까 신학의 전제는 주님에 대한 믿음도 아니요 성경이라는 말씀도 아니다. 다만 그런 대상에 바라보면서 수시로, 기분에 따라, 컨디션에 따라 무분별하게 내뱉어지는 일관성 없는 자기 관점일 뿐이다. 숱한 참고 서적을 인용하고 거기서 보편적이며 객관적으로 진리라고 인정받는 것을 도입한다 할지라도 자기 주관성 안에서 사정없이 용해되어 버리고 기껏 드러나는 것은, 객관적인 것처럼 위장된 자기 생각뿐이다. 똑같이 표현된 단어 하나를 놓고서는 해석이 모든 인류마다 다 틀리고 느끼는 감정도 일치되지 않는다. 사람마다 지닌 고유의 특성이 신학을 통해서도 여지없이 반영된다. 신학이란 결국 '자기 변명'이다. 이것을 가지고 흔히 '자기 신앙 고백'이라고 고상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어쨌던 인간의 자기 합리화 정신은 성경 앞에서도 기죽으려고 하지 않는다. 성경을 손안에 넣고 주무른다. 하나님께서 성도에게 요구하시는 것은, 신학을 앞장세우는 인간상이 아니다. 신학마저 십자가 앞에서 부정하는 자를 찾으신다. 신학이 구원에 필요없다고해서 신학 없는 인간은 존재한다는 말이 아니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은 죄인이기 때문이다. 모두다 나름대로 신학 체계를 지니고 있다. 심지어 하나님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다고 자부하는 사람까지도 신학이 내부에 형성되어 있다. 바로 이러한 모든 신학이 날마다 십자가 앞에서 부정당해야 한다. 그러면 예수님은 과연 어떠한 신학이 있었는가? 아니면 아예 신학이 없으셨는가? 예수님은 유대인들 앞에서 어떤 신학도 제시하지 않았고 도리어 그들의 신학을 공박하셨다. 그 공박의 근거는 하나님 아들의 직접 나타나심이었다. 여기서 예수님과 인간들 각자와의 면담이 성사되었다. 튕겨나가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고개 숙이고 따르는 자도 있었다. 진실로 예수님을 따라는 자는 결코 예수님에게 새 신학을 배우기 위함이 아니다. 그들은 그냥 자기 목숨을 예수님에게 맡겨 버렸을 뿐이다. 예수님을 일반적인 랍비(스승) 정도로 알려는 자들은 결국에는 다 떨어져 나가게 되어 있다. 예수님은 학문을 가르치는 스승이 아니었다. 도리어 그러한 사고방식을 정죄하려 오신 하늘의 심판주이셨다. 예수님과 그 제자들은 어떤 직업을 가진 것도 아니요 교단을 새로 형성한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죽음을 향하여 돌진해 들어가는 자들이었다. 단지 예수 말만 믿고 말이다. 신학? 자기 신학을 버리기를 요구하신 주님만 계신다면 죽어도 좋다는 의식만 그들에게 남아 전수될 뿐이다.(요 3:3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