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이란 노리개
학문이란 노리개
학문이란 일종의 노리개이다. 인형과 전쟁 놀이로 어린 시절을 보내던 자들이 이제는 또 다른 것에 흥미를 가지고 그 곳에서 미래를 엮여 내려 한다. 꿈과 낭만을 거기서 찾으려 한다. 학문에만 순수하게 몰두하는 것은 일종의 자폐증 증세이다. 마치 원숭이들이 거울을 닦고 또 닦으면서 하루 종일 그것만 쳐다보는 것과 같다. 그러나 거울에서는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다. 반사되는 것만이 나온다. 순전히 자기 모습뿐이다. 자아에게 몰두하는 시간이 학문에 몰두하는 시간이다. 뭔가 유혹에 빠져 있다. 인간의 모든 학문은, 처음부터 자기 생각 이외에 아무 것도 믿지 않는다는 확신에서 출발한다. 곧 자기 계시만이 하늘이 주신 혜안과 총명과 지혜로 간주한다. 자기 판단력이 외에 다른 요소는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자기 창조성만 신뢰하고 그래서 얻어진 자기 신화에만 황홀해 한다. 제2, 제3의 자아의 모사물(模寫物)로서 학문은 구성되어 가는 것이다. 결국 그 사람은 자기에게 유혹 당하고 있으면서 말하기를, 순수한 학문적 열성에만 빠져 있다고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긴다. 과연 진리가 이런 활동을 통해 나올까? 정말 진리를 하려면 십자가 앞에서 서서 그 십자가에서 무슨 사태가 일어났는지를 똑바로 쳐다봐야 한다. 거기서 터져 흘러나오는 하나님의 인간에 대한 전적인 부정과 저주를 자기 것으로 여겨서 온 몸으로 받아야 한다. 십자가에서 흘러내리는 것은 여타 인간들의 살과 피가 아니다. 오직 한 분만의 실과 피가 흘러내린다. 예수님은 스스로 주장하셨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 14:6) 진리란 성부와 성자 사이에서 일어난 일, 그 자체를 두고 말한다. 그 일에 어느 인간도 개입하지 않았고 또한 개입될 자격도 없었다. 따라서 그 어떤 인간의 아이디어나 지혜도 진리하고는 무관하다. 인간들은 학문을 시작하면서 기호와 언어를 작동한다. 그러나 기호와 언어는 자체적으로는 아무런 비밀을 담지 못하다. 그저 사람에 따라 인위적으로 끝없이 변형과 변환을 강요당하는 기계에 불과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다른 의미를 가지고 들이 내미는 장치일 따름이다. 아무리 거창한 논리적 전당을 놓아도 그 안의 주인은 여전히 진리가 아니라 오로지 자기뿐인 것임을 왜 숨기려 하는가. 의도적인 속임수인가? 그렇다! 학문은 타인으로부터 자아의 속살을 숨겨 놓기 위한 논리적 외형물이다. 진정한 수치심은 결코 폭로되지 않는 법이다. 단지 끝없는 도피처만을 장만할 뿐이다. 인간이 시도해 온 과학이란 점잖게 하나님 나라를 사양하고 그대신 신 유토피아 건설 추진에 매달린 결과이다. 수학이 동원되었고 한없는 실험과 실습이 반복되어 왔었다. 인간의 수치성, 즉 죽음과 질병과 궁핍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모든 것은 진리가 아닌 것으로 처리해 버리고 남은 것은 오로지 사람의 생존에 도움되는 것만 챙겼다. 예를 들면, 부피와 입력은 반비례한다는 주장은 옛적부터 진리가 아니었다. 꼭 그렇게 규정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리가 인간 사회에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그때부터 부피와 압력이 반비례한다는 것이 진리로서 등장했다. 그러나 이 진리 안에는 하나님이 인간을 심판하는 진리를 드러내 주지 못하고 있다. 심판이 작렬하는 그 날이 되어도 인간은 이 원리를 진리라고 우길 것이다. 하지만 과학은 영원토록 진리가 못된다. 왜냐하면 인간들이 심판 받아 멸망당하는 이유를 그 속에 담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심판을 보여주지 않는 그 무엇도 심판의 날에는 비현실적인 가설로서 간주될 뿐이다. 부피와 압력이 상호 반비례한다는 사실이 인간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지 못한다. 도리어 인간들로 하여금 가상 진리처럼 행세하고 유포되어 있기에 십자가 앞에서 그 원리를 버리기로 요구하는 하나님의 요청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방해물로 작용한다. 편리한 것은 전체적으로 봐서 진리가 아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이유가 사람들은 편리하게 살기 위해서가 아니다. 바로 그 편리성을 추구하는 인간들의 꿈과 낭만을 부수려 오셨다. 그 안에는 배도적인 죄악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진리를 원하기 보다는 스스로 진리를 만들어 내는 '나 스스로 있는 신'이 되기를 결단한 지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