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머리말
하늘의 원리와 원칙 안에 놓여 있지 아니하면 교회가 아니다. 교회라는 것이 사람들의 아이디어로서 조정될 대상이 아니다. 참된 교회냐 아니냐하는 것은 그 안에서 어떤 원칙이 작용하고 있는가를 파악해서 결정되어야 한다. 잘못된 교회관을 대표적으로 대변해주는 표현 가운데 흔히 쓰는 말로서 '지교회(枝敎會)'라는 용어가 있다. 시대적으로 공간적으로 범지구상의 걸쳐있는 모든 교회를 하나의 교회로 봤을 때, 특정 지역에 있는 교회에 대해서 지교회라고 부를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성경에서는 특정 지역의 교회를 그냥 '교회'라고 하지 결코 '지교회'라고 부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성경은 교회를 양적이나 집합적 개념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양적으로 본다면 부분은 전체보다 작으며 그 일부가 된다. 그러나 이런 관점으로 교회를 연상하는 것, 자체를 성경은 상정하지 않고 있다. 또한 보편적 교회니 혹은 무형 교회니, 지방 교회니, '하늘에 본점을 둔 지점 같은 교회니' 하는 개념도 성경은 거부하고 있다. 성경은 그냥 교회라고 말할 뿐이다. 인위적으로 교회를 통합시켜 하나의 거대한 그리스도의 몸, 혹은 '거대한 그리스도의 신부' 라고 말하는 것도 성경은 용납하지 않는다.
성경은 그냥 교회라고 부를 뿐이다. 교회는 또한 '유기체적'이라는 형용사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냥 교회라고 불리워질 뿐이다. 물론 지교회 집합체로서의 총회라는 개념도 성경에는 없고 노회라는 개념도 성경의 교회관 하고는 무관한 아이디어에 불과하다. 어떤 식으로도 교회가 양적인 군집 될 수 있다고 상정하는 모든 인식들을 성경은 정죄한다. 인간들의 죄악이 영글어낸 구조적 정치적 모델에 근거한 발상에 불과하다. 교회는 철저하게 구약의 언약 사상에 준해서 존재한다. 단적으로 표현해서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나타나는 것이다. 이 현상은 교회를 교회되게 하는 것이 인간의 손에 의해서가 아니라 성령님에 의해서 완전히 조정되기 때문이다. 만약 성령님을 인간들이 임의로 붙잡을 수 없다면 교회도 역시 인간들이 임의로 붙들어 매어 놓을 수 없다. 교회는 성령과 함께 나타났다가 성령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 역사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교회를 중심으로 벌어진 인간의 역사는 늘 있어 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그런 역사는 인간들의 역사이기에 당연히 타락의 역사이며 범죄의 역사에 불과하다. 교회를 일어나게 한 역사나 혹은 교회를 없어지게 만든 역사는 존재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교회의 나타남과 없어짐은 항상 인간의 능력 밖에서 주어지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관에 접근해서 본질을 파악할 때는 양적 개념으로 구성할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 있어 성령님께서 어떤 식으로 일하시고 약속을 추진하시는가 하는 문제와 병행해서 거론해야 한다.
교회는 인간에게 있어 유혹의 상징물이며 최후의 시험 장소이다. 늘 악마와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거기에는 인간들을 환장하게 하는 요소가 들어 있다. 돈이 생겨나는 곳이요 권위와 계급이 생겨나는 곳이기도 하다. 나방이 램프 불로 향하여 운집하듯이 신비세계에서 마저 왕으로 행세하려는 음흉한 자들의 집결 장소가 바로 교회이다. 모든 자들은 교회를 알아야 한다. 그곳에서 인간 최후의 죄악들을 만나야 한다. 그래야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알게 된다. 모두다 음흉한 자들인 그들 속에서 주의 종들은 날마다 짓밟히고 있다. 거짓과 진실이 구별이 확연해지는 장소는 진리가 짓밟히는 그곳 뿐이다. 그곳에 바로 주님이 같이 계신다.(행 7:54-59) 따라서 주님은 교회와 함께 계신다. 날마다 죽는 자의 모습으로 함께 계신다. 허상들을 찾아 불나비처럼 모여든 무리 속에서 수난자의 모습으로 함께 계신다. 예수님 이외의 모든 것은 허상이었던 것이다. 아무리해도 인간은 허상없이는 못사는 존재인가 모양이다. 색다른 허상을 연달아 만들어내고 또 그것을 움켜지면서 죽을 때도 놓지 않는다. "나는 한평생 주를 위해 살았노라"고 숨을 거두면서도 자기의 죄를 모르고 있다. 인간이 쥐고 있는 허상 가운데는 하나님도 있다. 그들은 허상의 하나님도 만들어낸다. 하나님이 다르니 모든 면에 있어 다르다. 하나님이 다르니 성전이나 교회에 대한 개념도 다르다.
본 글은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 피가 지니고 있는 의의를, 하나님의 성스러운 고통과 거기에 영글어진 긍휼과 사랑으로 인해 비로소 교회가 나타났음을 알리려는 책이다.
오늘도 자기 사랑에 매달려 자기 자신에게 경배하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주님의 피를 통해 하나님의 식을 줄 모르는 아품과 고통을 전하고 싶다. 자기 피와 자기 증언성에 기초해서 교회를 세우려는 오늘날의 종교인들에게는 하나님의 전쟁 선포를 전하고 싶다. 성령께서는 오직 십자가의 피 안에서 세상을 제대로 보시고 참된 백성에게 찾아가서 그들을 십자가 죽음에로 끌어당기고 계신다는 사실을 증언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 글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