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참 좋은 글, 잘 쓴 글
[일반] 참 좋은 글, 잘 쓴 글
이름 : 이근호(IP:)
매인교회 게시판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어제 저녁
암으로 투병중인 친구를 만나고 왔습니다. 일년 전 어느날 갑자기 위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고도 “나는 죽지 않는다. 기어코 암과 싸워 이기고 하나님의 은혜를 증거 할 것이라”고 자신만만하던 친구-원래 성격이 좋고 낙천적이어서 보는 이로썬 큰 다행이었고 친구 말대로 정말 그렇게 곧 회복하기를 바랬습니다.
그런데 몇 번의 항암치료를 받다가 과감하게 마다하고 자연식과 등산과 기도원을 다니며 정말 회복하는가 했는데 그 친구 가족에게 정말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친구보다 두어 달 전 식도암 진단을 받고 수술 했지만 오래 견디지 못할거라던 오빠가 계셨는데, 어느날 갑자기 60좀 넘기신 큰 오빠께서 주무시다가 심장마비로 먼저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식도암 투병중인 오빠도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또 한 두달 쯤 뒤 팔순 넘기신 친정어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불과 6개월 사이를 두고 엄마와 두 오빠와 사별하게 되어 이제 친정 쪽으론 언니 한분만 남게 된 것입니다.
엄마와 사별 후부터 이 친구 심경에 변화가 온 것 같습니다. 그 자신감은 점점 바람 빠지는 풍선이 되었습니다. 같은 서울이라도 친구와 멀리 떨어져 살다보니 자주 찾아가지 못하고 이십여일만에 병원에서 만난 친구는 그새 몸과 마음이 몰라보게 변해 있었습니다.
결혼 후 자주 만나진 못해도 신학교 때부터 가장 친했던 친구로 표정만 보아도 마음을 읽을 만 하였건만 이젠 냉큼 말하기가 힘든 사이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책을 좋아하던 그 친구는 이제 성경도 읽을 수 없다며 씁쓸한 표정입니다. 몇십년 동안 교회 피아노와 파이프오르간 연주를 한 친구니까 그럼 마음속으로 찬송가를 부르라고 했더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고개를 내졌습니다. 마치 기억하기 싫은 것처럼....
다시 항암주사를 맞기로 하고 입원했는데 상태가 안 좋아 2주가 지나도록 속수무책이었고 말하기도 힘들어하는 친구 머리맡에서 저는 까맣게 다시 자랐다가 또 다시 빠지기 시작한 머리카락만 줍다 돌아왔습니다.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잠을 청해보라고 하고는 병원을 나와 친구남편에게 며칠 후 밤 간병하러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되돌아왔지만 앞으로 몇 번 더 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말씀칼럼을 올리며 수없이 읽고 생각하며 기도합니다.
이 은혜가 친구뿐 아니라 사형선고를 받은 우리 모두에게 함께 하기를....